
강원도 영월 와석리 어둔마을을 처음 향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길 끝에 정말 마을이 있을까?”였다. 지도에서는 분명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점점 세상과 멀어지는 느낌이 강해지는 곳. 김삿갓이 방랑을 멈추고 머물렀다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이 깊은 골짜기를 찾아가게 됐다.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스며든 공간을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실제로 마을에 닿고, 그 마을을 감싸고 선 산 능선을 걷는 동안 ‘오지 산행’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
어둔마을과 산들의 지형적 특징
영월 와석리 어둔마을의 위치와 환경
와석리 어둔마을은 영월군 김삿갓면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산골이다. 남대천 지류 상류를 따라 깊숙이 들어가야 닿을 수 있고, 마을 자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 강하다. 선달산, 어래산, 마대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구조라 어느 방향으로든 조금만 오르면 바로 깊은 산길로 이어진다.
직접 걸으며 체감한 심산유곡의 분위기
마을 어귀를 지나자마자 공기가 달라진다. 인기 있는 등산지에서 느끼는 정돈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길은 분명 존재하지만, ‘관리된 길’이라기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오르내리며 만들어진 흔적에 가깝다. 이 지형을 실제로 보니 김삿갓이 왜 이곳까지 들어왔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김삿갓의 흔적이 남은 산길
어둔마을과 김삿갓의 인연
와석리 어둔마을은 김삿갓 가족이 은거하며 지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현재 남아 있는 초가삼간은 복원된 형태지만, 그 주변 산길은 예전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마을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 공간처럼 느껴진다.
노루목·성황당·묘역으로 이어지는 옛길
마을 뒤편으로 오르면 노루목 성황당을 거쳐 김삿갓 묘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본격적인 산행보다는 옛길을 따라 걷는 느낌에 가깝다. 역사 이야기를 떠올리며 천천히 걷기 좋은 구간이라 인상 깊었다.
접근 방법과 산행 준비
어둔마을까지 들어가는 실제 동선
어둔마을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산보다 마을 접근’이다. 영월 읍내에서 김삿갓면 방향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길이 이어진다. 차를 타고도 “여기서 더 들어간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차·대중교통 이용 시 참고 사항
대부분 노루목 인근이나 마을 입구 공터에 주차하고 걸어 들어간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마지막 구간은 도보 이동이 필수다. 접근 자체가 산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일정이 훨씬 편해진다.
어둔마을에서 이어지는 주요 산행 코스
마대산 능선으로 오르는 대표 루트
마을 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대산 능선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코스다. 김삿갓계곡과 묘역을 잇는 동선이 자연스러워, 어둔마을 산행의 정석처럼 여겨진다. 조망은 화려하지 않지만, 길 자체가 깊고 묵직하다.
선달산·어래산 방향의 오지 산행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선달산과 어래산으로 이어지는 소백산맥 구간이 시작된다. 이쪽은 등산로 개념이 희미해 ‘산을 탄다’기보다 ‘산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실제 산행기들을 보면 무인지경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둘레길과 체류형 오지 여행의 매력
김삿갓 옛길 중심의 둘레 산책
어둔마을 산행이 꼭 정상 등반일 필요는 없다. 노루목과 성황당, 김삿갓 옛집 터를 잇는 둘레길은 가벼운 트레킹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산세는 완만하지만, 공간이 주는 깊이는 상당하다.
오지 산행의 난이도와 안전 포인트
둘레길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능선 산행은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장마철 수위 상승, 겨울철 고립 위험 등 변수도 많다. 지도와 GPS, 여유 있는 식량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곳에서는 ‘돌아오는 것’까지가 산행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와석리 어둔마을 산은 단순히 어느 한 산의 이름이 아니다. 한 마을과 그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군 전체를 함께 경험하는 장소다. 김삿갓의 흔적, 오지의 시간, 그리고 길 위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백까지. 이 산행은 정상 사진 대신, 오래 남는 기억을 남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