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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산골 마을, 삼화실 마을 산 탐방기

by 뉴데이터 2026. 1. 7.

삼화실은 흔히 떠올리는 ‘○○산 정상 해발 몇 미터’ 식의 산이 아니다. ‘삼화실 마을 산’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하나의 봉우리를 가리킨다기보다, 지리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산골 마을과 그 주변의 구릉, 능선,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길 전체를 포괄하는 말에 가깝다. 실제로 이곳을 걷다 보면 정상 인증 사진보다도 마을 풍경과 사람 냄새, 그리고 산과 삶이 맞닿아 있는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삼화실은 하동호에서 출발해 청암면을 지나 산길과 들길을 넘다 보면 만나는 마지막 깊은 산골 마을이다. 지리산 둘레길 11코스와 12코스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어, 장거리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중요한 거점이 된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둘레길을 걸으며 체감한 ‘삼화실 마을 산’의 분위기와 정보, 그리고 걷는 재미를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삼화실 마을 산의 위치와 기본 정보

삼화실은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 동리 일대에 속한다. 지리산 둘레길 기준으로는 11코스 하동호–삼화실 구간의 종점이자, 12코스 삼화실–대축 구간의 시작점이다.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삼화실에서 하루 쉬고 간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중간 베이스캠프 같은 역할을 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옛 삼화실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삼화실에코하우스’다. 현재는 지리산둘레길 안내소이자 숙박·문화 체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운동장에는 둘레길 안내판과 스탬프함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마을과 산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삼화실을 둘러싼 산들은 해발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논과 밭, 과수원, 완만한 숲길이 이어지며 전형적인 지리산 자락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동네 뒷산’ 같은 친근함과 ‘지리산 남부 능선’ 특유의 묵직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삼화실이라는 이름과 산골 마을의 구조

‘삼화실(三花實)’이라는 이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정마을의 배꽃, 상서(도장골)의 복숭아꽃, 중서마을의 자두꽃, 이렇게 세 가지 꽃에 ‘실(實)’ 자를 더해 삼화실이라 불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실제로 마을 주변을 걸어보면 이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된다.

삼화실은 하나의 단일 마을이라기보다, 명천·이정·동촌·하서·중서·동점·도장골 등 여러 작은 마을들이 산골짜기마다 흩어져 있는 형태다. 각 마을 사이를 오르내리며 걷다 보면, 산행과 마을 산책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계절에 따라 감, 배, 복숭아가 익어가는 과수원 풍경은 삼화실 마을 산만의 독특한 배경이 된다.


하동호에서 삼화실로, 둘레길 11코스 체험

삼화실 마을 산을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방법은 지리산 둘레길 11코스 하동호–삼화실 구간을 걷는 것이다. 총 길이는 약 9.4km, 보통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하동호를 출발해 한동안은 호수와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후 평촌마을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시골 산길이 시작된다. 관점마을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대밭과 논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지고, 상존마을을 지나 존티재로 오르는 구간이 이 코스에서 가장 숨이 차는 오르막이다.

존티재의 고도는 약 300m 남짓으로, 등산이라기보다는 ‘고개 하나 넘는 느낌’에 가깝다. 표지판과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길 찾기도 어렵지 않다. 고개를 넘은 뒤 삼화실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돌담, 작은 다리, 계곡길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한층 더 산골답게 바뀐다.

특히 가을에 이 구간을 걸으면 감나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열매가 달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삼화실 마을 초입에 도착하며 11코스가 마무리된다.


삼화실에서 대축으로, 12코스의 또 다른 얼굴

삼화실 마을 산의 또 다른 면모를 보고 싶다면, 지리산 둘레길 12코스 삼화실–대축 구간을 추천할 수 있다. 이 코스는 전체 길이 약 16.3~16.7km, 공식 소요 시간은 7시간 내외로 둘레길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삼화실 안내소를 출발해 이정마을을 지나 버디재로 오르는 초반부터 잔잔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이후 서당마을, 우계저수지, 신촌마을, 먹점마을 등을 차례로 지나며 여러 개의 고개를 넘는다. 이 구간은 ‘하나의 봉우리를 찍고 내려오는 산행’이라기보다, 낮은 산과 마을 사이를 여러 번 오가는 긴 능선 산행에 가깝다.

논길과 밭길, 임도와 숲길이 번갈아 나타나 지루할 틈이 없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섬진강과 형제봉, 백운산 자락까지 시야가 트인다. 삼화실 마을 산이 지리산 남쪽 풍경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삼화실에코하우스와 마을에서의 쉼

삼화실을 기억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쉼’이다. 삼화실에코하우스는 단순한 안내소를 넘어, 걷는 사람들에게 마음까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다음 날 코스를 점검하거나, 운동장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긴 산행의 피로가 한결 가신다.

이정마을과 주변 마을에는 작은 가게와 자판기가 있어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구할 수 있다. 화려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삼화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난이도, 안전, 준비 팁

난이도를 정리하면 하동호–삼화실 11코스는 초보자도 무난한 ‘하’ 수준, 삼화실–대축 12코스는 체력 소모가 큰 ‘중상’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더위와 계곡 구간, 장마철에는 돌다리와 미끄러운 흙길을 주의해야 한다.

11코스만 걷는다면 물 1L와 간단한 간식이면 충분하지만, 12코스를 하루에 이어 걷는다면 물 2L 이상과 점심, 우의, 여벌 양말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스틱과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트레킹화도 도움이 된다.


마무리

삼화실 마을 산의 가장 큰 매력은 ‘산과 마을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점이다. 유명 관광지처럼 북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고립되지도 않은 이곳에서는 걷는 속도 자체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봄에는 과수원 꽃길, 여름에는 초록 논과 숲, 가을에는 감나무와 황금 들판, 겨울에는 고요한 산골 마을 풍경이 각기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한 번 다녀오고 끝낼 장소라기보다, 계절을 달리해 다시 걷고 싶은 길. 삼화실 마을 산은 그렇게 오래 남는 지리산 자락의 한 장면이다.